04. 밤이 깊어지자 창가로 달빛이 들어왔다. 한조는 불이 꺼진 방안에서 침대에 걸터앉은 채 천천히 생각을 정리하다 입을 열었다. “우리가 있었던 곳은 아마 들어가는 입구라기보다 무언가가 나오는 통로라 생각된다. “왜?” “사람이 들어가는 입구라기에 쓸데없이 넓고 끝도 보이지 않더군. 벽과 땅의 재질 또한 달랐어. 바닥에 깔린 건 녀석들의 아지트로부터 밖까...
내가 외로울 때 찾는 사람. 외로울 때 나를 찾는 사람. 사랑엔 정도가 명확하지 않아 받을 만큼 되돌려줘야 한다는 책임도, 준 만큼 받아야 한다는 기대도 의미 없다. 그저 욕심과 욕망이 섞여 상대의 감정에 영향을 주고 싶을 뿐. 평소에 뒤틀린 애정이라고 생각했던 분노와 집착, 슬픔과 미련. 보이고 싶지 않은 이해하기 힘들고 초라한 감정들에 사랑을 느낀다. ...
03. ‘66번 국도의 세 번째 마을, 그곳에서 가장 큰 여관에 네 이름으로 방을 잡고 기다리겠다. -한조-’ “흐음, 편지에 하트 하나라도 그리면 얼마나 좋아. 내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웠겠어.” 맥크리가 한조의 편지를 읽고 다시 품속에 담으며 맥주를 마셨다. 가볍게 한 모금 마신 것 같지만 맥주를 반 이상 비워버리곤 탁자에 내려놨다. “오토바이 타고 오지...
09. 새벽이 밝아오는 에메랄드빛의 바다. 잔잔한 파도 위에 바람과 함께 나아가는 배가 있었다. 간단한 이동수단인 듯한 작은 배 위에 우쿨렐레의 선율이 들려왔다. 작은 배의 선장으로 보이는 남성은 안전히 끝나가는 항해를 축하해주는 아름다운 선율에 귀를 기울였다. 선장의 시야 끝엔 떠오르는 해를 등지고 천천히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엘레젠이 있었다. 엘레젠의 어...
02. 기분 좋게 바람을 맞으며 오토바이가 도로 위를 달렸다. 듬성듬성 나 있는 풀 무더기들이 오토바이가 지나가자 고개가 꺾일 듯 흔들렸다. 흩날리는 망토에 자신이 얼마나 빠르게 달리고 있는지 실감이 왔지만 상관없었다. 이곳은 아무도 없는 황무지였기에 오토바이 운전자가 취했는지는 조차 아무도 모르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혼자 있는 세상이라는 느낌을 ...
01. 모래바람이 부는 투박한 황야에 마른 풀 뭉치가 터덜터덜 걸어가는 사내를 제치며 앞으로 굴러갔다. 내리쬐는 뙤약볕을 막으려 카우보이모자를 눌러쓴 사내는 점점 떨어져 가는 체력에 앞서가는 풀 뭉치처럼 굴러가 버리고 싶었다. 아까부터 멀리에 보이는 한적한 주유소는 도무지 가까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짜증이 올라왔다. 잠시 걸음을 멈춰 목에 걸리는 텁텁한 ...
06. 녹색의 평야를 가로지르는 황토색의 얇은 길. 수많은 사람이 다니다 보니, 이젠 지도에 표시될 정도로 누구나 다니게 된 길이 되었다. 길은 어떤 작은 마을과 이어져 있었다. 네 명의 모험가는 길을 따라 걷다가 ‘초코보’ 를 빌릴 생각으로 마을에 잠시 들리기로 했다. 초코보는 일반적인 새의 형상으로, 사람이 탈 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다. 기다란 목과 튼...
개미의 비명을 들은 적이 있는가. 보고, 느끼고, 맡기도 하고 맛보기까지 했지만 들은 적은 없다. 내 어린 손가락에 놀라 갑자기 빠르게 움직이는 개미를 보았다. 개미가 어린 손가락에 잡혀서 바둥거리다 살을 물어뜯자 어린 손가락에서 약간의 따가움을 느꼈다. 아픔에 놀라 개미를 던져버리자 어린 손가락에 시큼한 냄새가 났다. 생소한 냄새가 궁금해 혀끝을 가져다 ...
05. 추워진 날씨에 해가 짧아져, 빠르게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구름이 많아, 하늘이 흐려서 밤이 평소보다 일찍 찾아오는 것 같았다. 리엔과 데릭, 그리고 포포모리는 언덕 위를 올라가며 주변의 나뭇가지나 작은 돌멩이들을 주워가며 올라갔다. 주변이 난잡해서 주워다 쓸 장작이나 파편들로 가득해, 언덕 위에 도착할 때쯤엔 포포모리와 리엔의 품엔...
소설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