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네모난 공터에 부서진 벽들이 즐비했다. 회색의 석제들로 만들어졌던 건물들이 모두 무너져 흔적만이 남아 벽을 이루었다. 그중에 나름 집처럼 보이는 곳도 지붕이 날아가 형태만을 간신히 유지했다. 그 집이라고 볼 수 없는 폐허 안에, 작은 모닥불 같은 불과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지지대로 찌그러진 냄비에 스튜를 끓이는 이들이 있었다. 짙은 남색의 베레모를 ...
외로움은 이유 없이 생기고 타인의 사소함으로 크기가 자라났다. 알아차렸을 때쯤엔 마음속에 무겁게 가라앉아 침전물처럼 바닥에 쌓이면 위에 떠 있는 다른 감정들이 아래 쌓인 외로움을 걷어내려 이리저리 물결쳤다. 이럴 때 네가 생각났다. 외롭다곤 하지 않았다. 그냥 보고 싶다고 너에게 연락을 했다. 너를 보고 나면 감정이 더욱 흔들린다. 마음이 돌고 돌아, 소용...
05. 해는 저물어 강에도 어둠이 가라앉았다. 흐르는 물소리가 없다면 아무것도 없다 생각될 정도로 까만 세상 속에, 검은색 승용차가 자신의 앞길만을 겨우 밝히며 앞으로 나아갔다. “멀리도 왔네.” 뒷자리에 앉아 있는 이글이 중얼거렸다. “조금만 있으면 도착합니다.” 딱히 바이런을 향한 말이 아니었지만, 바이런은 조용히 대꾸하며 핸들은 돌렸다. 길...
04. 문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잘 다려진 검은 정장에 금색 테두리 안경이 정갈한 인상을 주었다. 진갈색 머리를 올려 넘기고 사각 안경과 어울리는 강렬한 눈빛이 말을 걸기도 힘들게 만들었다. 그가 문을 두드렸다. “누구냐.” 문 안쪽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렸다. 진갈색 머리의 남자가 대답했다. “바이런입니다.” “들어와.” 바이런이라고 자...
03. 클리브는 눈을 떴다. 침대 위에 몸의 반만 간신히 걸친 채로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끌어올렸다. “끄응…….” 머리가 어지러웠다. 뇌진탕이라도 왔는지 토할 것 같았다. 한 손으론 이마를, 다른 한 손으론 침대를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어깨 근육이 찢어졌는지 과한 근육통에 클리브는 다시 침대 위로 고꾸라졌다. “뭐야, 기억이…….” 클리브는 침...
02. 지하연합. 수많은 능력자, 통칭 ‘사이퍼’들의 연합이다. 세계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연합이지만 ‘헬리오스’와 다르게 일정한 수입이 없는 회사이기에 몇몇 사람들에겐 비공식 조합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영향력이 크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뿐더러 연합 원들 모두가 일정한 노동을 하여 자급자족할 수 있어, 그만큼 다양하고 수많은 사람을 포용하는 회사이...
01. 어두운 도시의 외곽. 몇몇 유명한 상가를 빼면 사람들의 유입이 없다 싶을 이 거리에, 몇몇 사람들의 모습이 달빛 아래 비쳤다. 검은 정장을 빼입은 이들은 두 무리로 나뉘어 있었는데, 서로 경계하는 듯 꽤 거리를 두고 있었다. 서로 타고 온 차량을 뒤쪽에 두고, 무리의 대표로 보이는 이들이 앞에 서서 서로를 노려보았다. 서로를 경계하다 한쪽 무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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